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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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at 2024-02-19 15:30:17
Updated at 2024-02-19 1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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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조왕은 백제의 1대 왕이다. 온조왕 설화에 따르면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아들로서 남하하여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낙랑과 말갈의 공격을 격퇴하고, 마한의 일부 영역을 차지함으로써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온조왕의 백제 건국 설화 (주몽의 아들이라는 설)

백제의 건국에 관해서는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간략한 건국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구려 시조인 주몽이 북부여(北扶餘)에서 졸본부여(卒本扶餘)로 와서 졸본부여왕의 딸과 혼인하여 비류(沸流)와 온조라는 두 아들을 얻었는데, 주몽이 북부여에 있을 때 얻은 아들 유리(瑠璃)가 와서 태자가 되자 비류와 온조는 무리를 이끌고 남하하였다. 그러나 정착할 장소를 결정할 때 비류와 온조의 주장이 엇갈려 비류는 미추홀(彌鄒忽)에 머물렀고, 온조는 위례성(慰禮城)에 도읍을 정하여 국호를 십제(十濟)라 하였는데, 이때가 기원전 18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추홀의 지리적인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비류 집단이 비류가 사망한 후 온조에게 귀부하였다. 후에 국호를 백제로 고쳤고, 고구려와 함께 부여에서 나왔으므로 왕실의 성씨를 부여씨(扶餘氏)라 하였다고 한다. 『삼국유사』에서도 거의 유사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백제의 건국 설화는 신라나 고구려와 달리 상당히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다. 고구려의 경우 주몽의 고귀한 혈통이나 그의 신이한 능력이 주몽 설화에 표현되어 있고, 신라의 혁거세 설화도 마찬가지로 혁거세의 신성성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백제의 건국 설화는 온조의 혈통에서 신성성을 강조하지도 않고, 온조의 신이한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다른 버젼의 백제 건국 설화 (주몽 의붓아버지 설)

그런데 백제의 건국 설화에서 더욱 특이한 점이 있다. 고구려와 신라가 하나의 건국 설화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백제는 온조 외의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국 설화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비류를 시조로 하는 건국 설화가 있다. 이 설화는 위에서 살펴본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조의 건국 설화에 부가되어 있는 설화로, 몇몇 부분에서 온조 건국 설화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비류와 온조의 아버지가 주몽이 아니라 북부여왕 해부루(解夫婁)의 서손인 우태(優台)이다. 어머니인 소서노(召西奴)는 졸본 사람으로, 우태와 혼인하여 비류와 온조를 낳았으나 우태가 사망한 후 졸본에서 홀로 지냈는데, 주몽이 졸본으로 도망하여 고구려를 세울 때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였다고 한다. 즉 온조 설화와는 달리 주몽이 비류·온조 형제의 친아버지가 아니라 의붓아버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온조 설화보다 비류·온조와 부여와의 관련성이 보다 직접적이고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비류와 온조가 함께 고구려를 떠나 남하하는 과정은 온조 설화와 같다. 그러나 남하한 후에는 처음부터 함께 미추홀에 정착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의 역사서인 『수서(隋書)』와 『북사(北史)』에 서술되어 있다고 하는 구태(仇台) 건국 설화가 비류 건국 설화와 함께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또한 일본의 역사서인 『속일본기(續日本記)』에서는 도모왕(都慕王) 건국 설화가 확인된다.

이렇듯 다양한 건국 설화가 남아 있으며, 시조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백제 지배집단이 복잡한 계통을 지니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온조왕이 왕위에 오른 해에 부여족의 시조인 동명왕의 사당을 세웠다는 점에서 백제 왕실이 부여계통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구려 역시 부여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한성 도읍기 백제 왕실의 묘제는 적석총으로서 압록강 유역에서 발달한 고구려 돌무지무덤와 같은 계통이라는 점에서 백제 왕실은 넓은 의미에서 부여 계통이지만 그 중에서도 고구려와의 관련성이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온조왕의 치적

『삼국사기』에 따르면 온조왕은 46년간 재위하면서 초기 국가의 틀을 정비하였다. 먼저 동명왕의 사당을 세움으로써 서로 다른 계통이 존재하던 백제 왕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다. 온조왕의 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외 활동으로, 그는 백제 건국 이후 여러 외부 세력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영역을 확장시켰다. 온조왕 재위 기간 동안 가장 빈번하게 백제를 공격했던 세력은 말갈(靺鞨)이다. 말갈은 온조왕 3년·8년·10년·11년·18년·22년·40년 등 온조왕 재위 기간 동안 7차례나 백제를 공격하였고, 온조왕 8년의 공격은 위례성을 포위하기까지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또한 서북변의 낙랑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꾀하였으나, 온조왕 8년 백제가 마수성(馬首城)과 병산책(甁山柵)을 세우자 낙랑은 이를 빌미삼아 우호관계를 깨뜨렸다. 온조왕 11년에 있었던 말갈의 공격은 낙랑의 사주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온조왕은 재위기간 내내 말갈과 마한, 낙랑 등의 침입을 받았는데, 일찍이 친족인 을음(乙音)을 우보(右輔)에 임명하여 군사 관련 업무를 맡기기도 하고, 친히 군사를 이끌고 적군을 격퇴하러 출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의 공격에 대한 대비책으로 방어용 목책들과 성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온조왕이 백제를 건국할 때,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는 마한(馬韓)으로 불리는 여러 소국들의 연맹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백제도 처음에는 마한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건국 설화에 보이듯이 온조 집단은 북에서 내려온 이주민 집단이었고, 이들이 정착하고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토착 세력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온조왕은 말갈과 낙랑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국력을 키워 백제 영역을 확보하고, 마한과도 영토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한을 병탄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삼국지(三國志)』에서는 3세기 중반까지도 한반도에 마한이라고 불리는 정치체가 남아있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때 백제가 마한의 전 영역을 차지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맹주국인 목지국(目支國)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을 공격하여 그 영역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 외에도 온조왕은 재위 31년에는 남부(南部)와 북부(北部)를, 33년에는 동부(東部)와 서부(西部)를 설치하였으며 28년에는 맏아들 다루를 태자로 임명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체제 정비에 힘썼다.

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그러나 『삼국사기』 백제본기에서 온조왕 치세의 일이라고 기록된 것들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백제의 발전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마한 병탄 사건처럼, 다른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사료 비판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풍납토성의 발굴 성과를 근거로 하여 온조왕의 업적들이 재평가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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