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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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at 2024-02-05 01: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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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일본은 신라, 고구려에 비해 물리적으로 가깝고 그로 인해 문화적 교류가 잦았습니다. 고대의 백제는 중국의 남조로부터 묘제·건축·회화·조각·학문 등 고도의 문화를 흡수하여 독자적인 것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제의 우수한 문화는 한성시대 초부터 웅진·사비 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일본에 전파되었는데, 한학·불교·천문·지리·의학·음양·음악·공예와 여러 가지 산업기술이 고대 일본 문화에 씨를 뿌렸으며 점차 꽃을 피우게 된 것입니다.

백제가 언제부터 왜와 외교 관계를 맺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에는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일본서기』 와 『고사기』에 따르면 진구(神功)황후 46년(366)에 양국이 최초로 국교를 맺었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대로, 국교 수립 후 양국은 꾸준히 사신을 교환하며 문화를 교류하였습니다. 1,5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곳곳에는 백제의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일본서기>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고사기>

백제가 일본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발달된 선진 문화와 학문의 전파 때문입니다. 학문과 기술을 전하며 일본인의 스승으로 남은 백제인들, 그 대표적인 이가 바로 왕인(王仁) 박사 를 비롯해 궁월군(弓月君), 아직기([阿直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최초의 ‘한류’는 왕인 박사와 아직기에 의해 전래된 한국의 선진 문물들일 것입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왕인 박사>

아직기는 백제 근초고왕  때 일본에 건너간 학자로서 근초고왕의 지시로 말 2필을 일본 왕에게 진상한 후 말을 기르던 일을 맡아 보던 중 그가 경서에 능통한 것을 안 일본 천왕이 쇼토쿠 태자 의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이 무렵 백제는 고구려의 계속적인 침략으로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태였으며, 17대 아신왕 은 왜와 수교를 맺고 태자 전지(腆支)를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오진(応神) 천황은 백제의 태자 전지를 7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돌려보내면서 훌륭한 학자를 청하였는데, 이에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도공, 야공, 와공 등과 함께 도일하였습니다. 왕인은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웠으며, 일본가요를 창시하고 기술 및 공예를 전수하여 아스카(飛鳥)문화와 나라(奈良)문화의 바탕을 세웠다. 그 외에도 궁월군은 백제 아신왕 14년(403년)에 인부 120명을 이끌고 귀화해 각종 기술을 전수하기도 하였으며, 백제는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다섯 가지 유교 경전에 능통한 5경 박사와 의학, 천문, 지리 등 각종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을 일본으로 보내 학문과 기술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일본서기』는 왕인 박사를 일컬어 ‘후미노비토(書首)들의 선조’라 했고 『고사기』는 ‘후미노니토(文首)들의 선조’라고 적고 있습니다. 오사카의 츠루하시 역에는 ‘왕인 박사 묘’가 있습니다. 왕인 묘의 진위 여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옛 기록과 주민들에게 구비전승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왕인 박사가 전달한 『논어』와 『천자문』은 일본 지방 라이온스 클럽에서 청동 조형물로 제작하여 전시되어 있습니다. 왕인 박사는 아직도 일본 문화의 시조로 존경받으며, 후세 사람들은 에도시대부터 이 자리에서 제를 올리며 왕인 박사를 기리고 있습니다.

신도(神道)와 더불어 오늘날까지 일본인의 정신과 내세관에 깊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불교가 백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은 현대 일본인들도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문헌상으로 확인된 일본으로의 불교 전파 시기는 서기 538년이지만, 한반도에 불교가 전파된 것이 4세기 후반임을 고려하면 더 일찍 전래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일반적입니다. 552년 백제 성왕이 귀족이자 승려였던 노리사치계(怒利斯致契) 를 일본에 보내 불상 한 개와 경전 몇 권을 전하였습니다.

그 후 554년 위덕왕  때는 도심, 담혜  등 9명의 백제 승려가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를 전하는 등 이후에도 많은 승려들이 일본 불교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588년에 백제 위덕왕은 혜총(惠總)  스님 등 10명 가까운 백제 승려들과 사찰건축가 태량미태(太良未太) 를 비롯하여 문가고자(文賈古子) , 기와박사 마나문노(麻奈文奴) 등 수많은 기술진을 아스카의 왕실로 파견해 주었습니다. 위덕왕의 이 같은 불교 전파 사업은 아스카시대로부터 500년이 지난 헤이안시대(794∼1192)까지도 위덕왕을 신격화해 ‘대위덕명왕’으로 추앙하며 목조 좌상이나 탱화(불화)를 그려 왕실에 모시기도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위의 사진에 나오는 오사카의 백제왕신사는 이러한 백제왕들을 모시는 신사입니다. 당시 백제로부터 건너온 건축가들에 의해 아스카에는 일본 최초의 칠당가람이 서게 되었고(596), 이어 호류지 대가람도 완성되었습니다(607).

아스카, 나라시대 일본의 사원은 백제인 등 한반도 이주민들의 기술로 건립되었으며, 불상도 처음에는 한반도에서 직접 들여왔고 삼국계 이주 호족들과의 밀접한 연관 하에 제작되었습니다. 스이코(推古) 천황 (재위기간: 592-628년) 시기 46개의 일본 내 사원 중에는 삼국계 호족의 우지데라(氏寺: 씨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사원)가 상당수인데, 이는 한반도인들의 일본 내 지위와 일본 불교 수용시의 그들의 역할을 능히 짐작케 한다. 이후 8세기 덴뽀문화(天平文化)의 개막을 알리는 도다이지(東大寺)의 건립에도 한반도 이주민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결국, 일본 불교는 한반도로부터 자양분을 공급받으면서 형성되고 발전되었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도다이지>

역사학계에서는 백제로부터 불교가 전승되자 그 영향에 일본문화가 꽃핀 6-7세기를 ‘아스카(飛鳥)시대’라고 부른다. 아스카시대의 시대적 구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쇼토쿠 태자의 섭정시대를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일반적입니다. 쇼토쿠 태자는 중신 소가노 우마코의 협력을 얻어 조정의 중앙 집권을 강화하고 관료제를 확립시켜 관위 12계층을 제정, 이어 유교사상과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헌법 17조를 만들어 지방의 호족이 나아갈 바를 명시하였고, 불교를 공식적으로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수나라에도 사신을 보내어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왕권이 강화된 중국적 정치 체제를 골격으로 율령 국가를 건설하려 했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쇼토쿠 태자)

이 시대의 문화인 아스카문화는 백제 문명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로부터 많은 제도, 문물이 수입되었는데, 유·불교를 비롯하여 건축, 조각, 회화 등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학자, 승려, 백제유민 등에 의해 전수되었습니다. 아스카 지역의 아스카데라(飛鳥寺)같이 백제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찰도 건립되었습니다. 뒤이어 607년에 백제는 백제의 기술자를 총동원하여 나라 지역에 호류지(法隆寺)를 지었습니다. 호류지는 670년에 한번 전소되었지만 680년이나 690년경에 통일신라에서 파견된 기술자 집단이 재건했습니다. 지금의 호류지는 창건 호류지가 아니고 재건 호류지라고 한다. 창건 호류지는 일본에서는 약초가람(若草伽藍, 와카쿠사가람)이라 부르는데, 호류지 남대문 바로 오른쪽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발굴한 창건 호류지의 가람은 1탑 1금당 양식인데,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가람배치와 같다. 부여 정림사 터의 배치와도 같은데, 이를 통해 백제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호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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