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코 신부님이 전하시는 미운세살 그리고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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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at 2023-12-03 16: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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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다른 때와는 두드러지게 자녀와 충돌하게 되는 두 시기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운 세 살’과 청소년 때의 ‘사춘기’이다. 이 시기의 부모와 자녀의 충돌은 대부분의 부모가 경험하게 되는 일로써,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일이다. 이 두 시기에 빚어지는 잦은 충돌은 자녀들의 ‘독립성(independence)’의 성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미운 세 살’, 아이는 세 살이 되기 시작하면서 부모에게 부쩍 떼를 쓰고, 반항이 심해진다. 이 시기는 걸음마와 말을 배우고 점차 바깥 세계와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자신과 타인의 독립성을 지각하는 시기이다. 아기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하며, 하고 싶은 것을 막으면 화를 내거나 고집을 부리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사랑스럽고 천사 같던 아기는 어느새 집안의 무법자로 돌변하게 된다.

도미니코 신부님이 전하시는 미운세살 그리고 사춘기

‘사춘기(adolescence)’가 되면서 부모와 자녀는 또 한번 잦은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 역시 마찬가지로 자녀의 독립성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이다. 자녀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급속한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성숙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독립성과 자아정체감을 키워나간다. 초등학생 때는 부모 말도 잘 듣고 애교도 많던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서 말수도 줄고 반항적이고 버릇이 없어져 부모는 무척 당황스러워 한다. 여태까지 부모의 말에 언제나 순종적이던 자녀가 이젠 부모의 말에 질문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말대꾸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한 인간으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의 표현으로 육체적, 정신적 성숙의 증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기는 자녀들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꼭 겪고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만일 자녀들이 이러한 성장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립성과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될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부부관계에 그 의존성을 옮기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가 반항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반항기를 겪지 않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 부모가 이 두 시기 자녀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이끌어 준다면 자녀들의 성장에 큰 도움과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기의 독립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혼자 있고 싶어요

청소년기의 독립성은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어렸을 때는 부모와 함께 외출하고 휴가를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청소년이 되면서 부모와 함께 가는 것을 꺼리고 집에 남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려 할 때가 많다. 또한 자신의 방을 가지기를 원하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외부와 떨어져 사색에 잠기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청소년의 독립성은 정신적인 면에서도 크게 성장한다. 어릴 때는 무슨 일이나 부모에게 이야기하고 상의한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일들, 급식에 무슨 반찬이 나왔는지,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런데 청소년이 되면서 자녀들은 더 이상 자신의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친구들은 어떤지, 선생님과의 관계는 좋은지 등 부모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이때 부모는 당황하며 자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의 정신적 독립성이 크게 성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가끔 부모는 자녀의 이러한 행동에 섭섭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은 부모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독립성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이 자녀의 독립성의 성장에서 나온 것임을 이해한다면 부모는 그 태도를 존중하고 사랑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의 이런 행동에 섭섭해 하고 화를 낸다면 서로 큰 소리가 오가며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섭섭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정신적 독립의 욕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른 이와 나눌 수 없다. 나눌 수 있는 것이 있고, 자신만이 간직해야 할 것이 있다. 자녀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어서 다른 이와 나누어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 나누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배우게 된다. 부모는 자녀의 모든 것을 다 알아내고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들어주고 나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청소년이 되면서 자녀가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부모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 늘 자녀의 방을 치워주고, 숙제를 도와주고, 머리를 빗어 주었는데 청소년이 되면서 갑자기 이를 거부하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이 때 부모는 자녀로 하여금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라고 따지는 사춘기 

청소년이 되면서 자녀들의 지성은 보다 추상적, 논리적, 이성적으로 폭넓게 사고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제들을 이제는 질문하고 의심하면서 ‘왜?’라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는 부모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자녀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청소년이 되면서 그것이 왜 그런지, 이유가 뭔지, 증거는 있는지를 따지고 질문한다.

청소년들의 이성은 더 이상 부모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이중적이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 그것을 표현할 수도 아니면 생각으로만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 서슴없이 날카로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만일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전해주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가르치기만 한다면 청소년은 더 이상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부모가 말한 것이므로 무조건 받아들여라.’, ‘이렇게 해라.’, ‘그렇게 하지 마라.’ 등의 일방적이고 훈계식의 대화는 오히려 자녀들의 반발과 반항심만 키워줄 수 있다. 반대로 자녀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이유를 말해주고, 서로 대화하면서 문제를 풀어간다면 자녀의 지적 독립성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사랑의 탱크도 함께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성당에 가기 싫어요

청소년들의 물음과 지적은 종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자녀의 지적, 정신적 독립성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까지도 문제 삼는다. 우주와 인간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창조론과 진화론은? 하느님이 정말 존재할까?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모든 시대, 전 인류가 제기했던 물음으로 청소년도 인간이기에 이러한 주제들을 피해갈 수 없다. 간혹 이러한 물음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 때 자녀들은 종교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때때로 어릴 때는 평일미사도 곧잘 나가던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성당에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부모로서는 몹시 당황스럽고 고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부모는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자녀를 다시 성당에 나가도록 만들려 한다. 이때 부모가 화를 내거나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자녀와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고 서로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될 것이다. 

도미니코 신부님이 전하시는 미운세살 그리고 사춘기

청소년기의 종교적 거부는 종교 자체의 거부라기보다는 지적 독립성의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청소년 시기가 자신의 독립성을 형성하는 시기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 시기 자녀들의 지적, 정신적 독립성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까지도 문제 삼게 된다. 만일 부모가 청소년기의 이러한 특징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면 즉시 반응하기보다는 자녀의 생각을 들어보고 대화를 나누려 노력할 것이다. 왜 성당에 안 나가려 하는지, 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싫은지, 부모의 신앙생활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를 서로 나누고 이야기 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가 이런 심오하고 중요한 주제로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기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자녀에게 표현해 주어야 한다. 비록 부모가 깊은 신앙과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시간이 일방적으로 교리를 설명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스스로 종교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이 자녀와 함께 종교에 대해서 대화하고 나누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가 종교적인 성숙, 신앙의 확신을 가지기 원한다면 일방적이고 교리적인 대화를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종교적 주제에 대해 서로 개방적이고 정직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종교적 성숙을 위한 과정 중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위한 시간을 허락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랑과 모범으로 자녀들을 끌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자녀의 신앙의 성숙과 동시에 사랑의 탱크도 채워질 것이다.



Tags: Adolescence Independence 도미니코 신부님 독립성 미운세살 사춘기 성당 정신적 독립성 종교 종교적 거부 종교적 신념 청소년 평일미사 Share on Facebook Share o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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