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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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at 2006-10-06 0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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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을 땐 강가로 나가 흐르는 물 위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던 우화작가가 있었다.

그는 강가에서 혼자 슬퍼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으나 우화집 한 권 내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웃는 독자도 없고 함께 눈물 흘린 독자도 없는 영원한 무명작가였다.

우화작가가 죽고 나서 세상에 그의 기이한 행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소문에 헛소문이 덧보태져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화작가가 살던 마을을 찾게 되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글을 썼던 개야강은 관광지가 되었으며 작가의 집은 명소(名所)가 되었다. 주위에는 작은 호텔들과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기념품 가게들도 생겨났다.

관광 안내원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앵무새들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 이 개야강이 바로 우화작가의 책입니다.

  물의 책, 혹은 물의 우화집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글씨가 보이지는 않지만 이 흐르는 물에 숱한 우화들이 녹아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화작가가 강으로 내려오면 낚시가 전혀 안됐다고 합니다.

  슬픈 우화를 쓸 때는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며 물 위로 뛰어 올랐다는군요.

  물고들만이 그의 독자인 셈이었죠."

Tags: 교훈 명소 우화 좋은글 최승호 Share on Facebook Share o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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