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속아 38시간 - 휴대폰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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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at 2007-12-03 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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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속아 38시간 - 휴대폰 쇼크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 넣은 38시간이었다. 충북 청원군 채석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모(33)씨는 동료가 몰던 중장비에 치인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문.방송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찰의 중간발표를검증하지 않고 지면에 옮겨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미국 언론은 2003년 이라크에 파병된 여군인 제시카린치 일병이 영웅적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과장된 설명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훗날 이 기사가 오보라며 진실을 알리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편집자]

유압드릴 중장비 운전기사인 권모(55)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7시30분 동료 서씨와 함께 충북 청원의 한 채석장으로 갔다. 중장비에 올라탄 그는 작업을 위해 중장비를 후진하면서 서씨에게 뒤에서 봐달라고 했다.

뒤에서 길을 안내하던 서씨가 갑자기 권씨 시야에서 사라졌다. 깜짝 놀란 권씨가 뛰어내려 가보니 서씨는 중장비에 치여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김씨는 당황했다. 그는 고민을 하다 119에 신고했지만 자신이 서씨를 치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초동수사 소홀=출동한 119 소방대는 서씨 시신을 충북대 병원으로 옮겼다. 청주 흥덕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오전 10시40분쯤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 확인한 뒤 충북대병원에서 검안을 진행했다.

검안을 한 응급의학과 김훈 교수는 "폭발 압력으로 폐와 심장이 손상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느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검안 이후오후 4시가 돼서야 권씨를 포함한 3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권씨는 "서씨의 셔츠 왼쪽 주머니가 불에 타고 휴대전화배터리가 녹아 붙었다"고 진술했다.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로 서씨가 숨졌다고 경찰이 믿도록 유도한 것이다.

경찰은 김 교수의 소견과 권씨의 진술을 토대로 서씨의 사인을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로 잠정 결론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서씨의 부검을 의뢰했다.

◆휴대전화 이용자들 불안=본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방송은 경찰의 중간발표와 김 교수의 소견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폭발 추정, 30대 사망'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내에 휴대전화가 4000만 대 이상 보급된 상황에서 경찰의 발표대로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해 사람이 죽은 것은 처음이기때문이었다. 하지만 본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경찰의 잠정 발표를 검증하지 못했다. 기사 작성을 위한 시간에 쫓긴 데다휴대전화 배터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 경찰 발표를 따져보지 못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회사원 박모(36)씨는 "기사를 보고 휴대전화가 걸려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언론이 경찰 발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혼란을 준 사건"이라며 "언론 매체는 보도 이후 미칠 파급효과나 영향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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