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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Taipei 101; TaiPei One O One) – 초고속 엘리베이터, 마스코트 뎀퍼, 엽서보내기는 꼭 만끽해야 할 아이템 – 대만 여행 한번 가볼까나?

타이페이 101빌딩은 대만의 랜드마크로 타이페이 101 또는 타이페이 원 오 원이라고 부릅니다.

타이페이 101(Taipei 101; TaiPei One O One) - 초고속 엘리베이터, 마스코트 뎀퍼, 엽서보내기는 꼭 만끽해야 할 아이템 - 대만 여행 한번 가볼까나? - 2014_10_06_13h51m39s 강준휘,강재인,문선미,강춘운_101빌딩,신예(Shin Yeh)

영문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Taipei 101 ; TaiPei One O One

타이페이 101(Taipei 101; TaiPei One O One) - 초고속 엘리베이터, 마스코트 뎀퍼, 엽서보내기는 꼭 만끽해야 할 아이템 - 대만 여행 한번 가볼까나? - 2014_10_06_16h41m07s 강준휘,강재인,문선미,강춘운_101빌딩,신예(Shin Yeh)

타이페이 101 빌딩 하층부는 각종 기념품 및 럭셔리 샵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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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보면 알만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제품들은 특별히 싸다고 생각되지 않아 자세히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이 쇼핑을 함에 있어서 눈요기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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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2-3층에 있었던 명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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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몇 안되는 명품 브랜드 샵들이 아름답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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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 상층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 입구에는 기념품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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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빌딩의 마스코트는 뎀퍼(Damper)입니다. 이 마스코트는건물의 진동 흡수장치를 마스코트화 한 것인데, 타이페이 89층에 가면 이 마스코트의 원형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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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왕자님 강준휘 어린이, 공주님 강재인 어린이가 뎀퍼와 포즈를 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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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의 가장 큰 특징은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기네스북에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89층까지 올라가는 속도가 40초도 안되니… 정말 빠르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89층에 가면 고막이 탁 막히는 느낌이 드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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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층에서 한번 해보면 좋은 추억거리 하나… 우리 가족은 각자 한국에 있는 본인에게 엽서를 썼습니다. 물론 여기서 한국으로 발송 가능한 우표도 판매합니다. 또한 편지를 쓰면 편지를 부칠 수 있도록 우체통도 비치 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이거 괜찮은 추억거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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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의 89층에 가면 9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91층에 가면 야외에서 외부를 볼 수 있습니다. 10원짜리 동전 두개를 넣으면 밖을 볼 수 있고, 안에서는 타이페이 101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도 상영합니다.

다시 88층으로 내려가면 산호초로 만든 보석들을 볼 수 있고, 여기서 지하 1층 푸드코트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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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타이페이를 대표하는 딘다이펑(Din Tai Fung)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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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Taipei 101; TaiPei One O One) - 초고속 엘리베이터, 마스코트 뎀퍼, 엽서보내기는 꼭 만끽해야 할 아이템 - 대만 여행 한번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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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101(Taipei 101; TaiPei One O One) - 초고속 엘리베이터, 마스코트 뎀퍼, 엽서보내기는 꼭 만끽해야 할 아이템 - 대만 여행 한번 가볼까나?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에게 주면 좋아할만한 선물

귀여운 목걸이와 편지가 어떨까요?

목걸이는 둘째치고 편지에 마음을 담아 전달하세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민감하고 섬세합니다.

반면에 남자들은 간단명료하고 직선적이죠.

여자들의 80-90%가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았을때 감동받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목걸이나 반지보다도 그 편지를 오래 간직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귀여운 선물과 함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세요.

관리자가 부하직원의 기를 살리며 동기부여도 할 수 있는 방법

GWP(Great Work Place)를 만드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관리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면 직원의 동기를 유발하게 되는 방법이 있는데…

– 경영진으로 부터의 편지와 개인적인 전화
– 이 달의 최고 판매왕을 위한 주차
– 잡지구독, 경영진과의 식사
– 이 달의 대표임을 증명하는 이름이 새겨진 명판
– 전자메일을 보내는 감사의 편지
– 승진선물, 특별한 기념품
– 생일 축하카드, 케이크, 선물, 핀 증정
– 단체 저년식사, 단체 외출
– 사원 교육용 필름에 회사의 직원을 출연시키기
– 월별/분기별/매년 판매왕에 대한 시상
– 판매담당 관리직의 직무대행
– 회의참석 -> 회의참석해서 칭찬 적당히 할것. 칭찬을 지나치게 하거나 훈계를 많이 하면 오히려 역효과 날 것
– 행사티켓, 와인 또는 삼페인
– 교육 또는 출석에 대한 시상
– ‘상을 받은 직원’ 자격으로 국내고객 순례
– 여행, 대표고객과의 여행, 주말여행
– 공개적인 칭찬, 표창의편지
– 판매경품
– 공로인정의 점심제공
– 표창사례의 책자 발행, 게시판에 알리기
– 이달의 리더(회의 석상에서)
– 중요직책 맡기기
– 한달간 구두를 닦을 수 있는 무료 티켓
– 마음에 드는 자선단체 기부
– 한달간 무료 이용이 가능한 클럽 회원권
– 회사 이벤트에서 회사를 대표할 기회부여(영업사원 선택에 따라)
– 배우자와 시내에서의 식사나 하룻밤
– 새로운 선택의 장소에서 연수
– 해외 훈련 여행
– 모든 사람들을 위해 최고업무를 수행한 직원이 점심 사기
– 단체휴무 이벤트
– 더 나은 사무실위치 및 배열
– 방문한 간부에게 포상받은 직원을 소개하기
–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기
– 회사뉴스레터에 직원에 관한 기사게재
– 위원회를 통한 최고 경영층과의 접촉

관리자가 부하직원의 기를 살리며 동기부여도 할 수 있는 방법

작은 동기부여로도 당신의 부하직원은 수퍼 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다.

관리자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유발방법 다섯가지

GWP(Great Work Place)를 만드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비공식적 포상 방법으로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이 있는데…

(1) 관리자는 작업을 훌륭히 수행하는 근로자들을 개인적으로 칭찬할
(2) 관리자는 훌륭한 작업 수행능력을 보인 직원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쓸것
(3) 기업은 업무성과를 승진의 바탕으로 이용할
(4) 관리자는 훌륭한 작업성과를 올린 근로자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도록 하자
(5) 관리자는 성공적인 업무성과를 축하하기위해 업무의 사기를 북돋우는 모임을 개최하도록

관리자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유발방법 다섯가지

이러면 저절로 일하고 싶어지게 되지 않을까?

20년전의 편지

” 현재 폭풍은 동해안으로 향하고 있으니 피서객은 각별한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태풍은 A급 태풍으로…. “

라디오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잠이 깬 듯 졸리운 눈으로 나를 한번 보고 싱긋 웃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정말 큰 마음 먹고 온 여행인데… 하필 폭풍이라니. 젠장.

창 밖으로는 한 길도 넘게 넘실대는 바다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비스듬하게 유리를 때리는 빗방울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파란 바람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 이제 다 왔어? “

” 아니. 조금만 더 가면 돼. “

” 그럼 나 조금 더 잘께…. “

그래, 라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파묻는 그녀를 보며

난 빙긋이 웃음지었다.

그래. 어쨌든 여행은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괜히 내가 기분 나빠해서

그녀까지 기분 나쁘게 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그녀와 나 둘 만을 덩그러니 남겨놓고

횡횡히 갈길을 가 버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우산을 받쳐들기 힘이 들었다.

자꾸 뒤로 뒤집히는 우산은 `나는 폭풍과 맞서기엔 너무 연약해요.

그냥 포기하고 비 맞으세요` 라고 빈정거리듯 귓속말을 건내고 있었다.

하지만, 폼으로라도 우산을 버릴 수 없어 고집스럽게 우산대를 잡고

20여분을 걸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 계세요? “

” 아, 예약한 분들이시구만. 고생했수. 얼른 들어와요. “

” 네. “

” 폭풍 때문에 다들 예약을 취소해서, 아마 한동안 나가지도 못 할텐데. 괜찮겠수? “

” 그래도 여행 취소할 수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

” 이구… 바람이 하두 불어서 비를 다 맞았구만.
  내 옥수수라도 좀 삶아올테니, 들어가요. “

그녀와 나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참 친절해서 좋다는 무언의 눈빛을

건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리를 뻗고 4명정도가 잘 수 있는 크기.

하지만, 오히려 크면 큰대로 을씨년스러울테니 둘이 지내기엔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옥수수를 먹고, 안받으시겠다는 손에 억지로

얼마의 돈을 쥐어드린 후, 우리는 무릎을 모으고 앉아 요번 태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기상 캐스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상 캐스터는 자기가 이렇게 오랜 시간 화면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얼마 정도는 폭풍에 감사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그렇게 방 안에서 3일이 지났다.

텔레비젼을 보고, 라디오를 듣고, 아주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고,

가끔 화장실에 가고, 그게 전부였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둘이 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들이 말하는 “아무 일” 이라면,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거쳤다.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기차가 끊겼고,

그래서 여관에서 자다가 어찌어찌해서..

그런 틀에 박힌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갔다.

같이 자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이. 아주 오래된 연인들. 그게 우리 사이였다.

” 그런데 그냥 이렇게 방에만 있다가 가?”

그녀가 내 팔을 베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 그럼 어떡해. 바람 때문에 넌 날아갈지도..
  아니다. 안날아가 겠다. 요새 살쪘잖아. 배도 좀 나오구. “

꼬집..

” 야야, 아퍼.. “

그녀는 모른 척 하고 이야기를 계속 했다.

” 뉴스 보니까 내일 폭풍의 눈이 동해안을 지나간대. 그럼 바람 이 좀
  잔잔해질꺼 아냐. 우리 그때 바다 보러 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
  때문에 바다도 못 만져보고 가면 너무 슬프잖아. 응? “

” 그래, 그럼. “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래, 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지금까지 창문을 울리던

귀신소리같던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알았다.

비도 쏟아붇듯 내리던 것이 이젠 보슬비 정도로 바뀌었다.

신기했다. 이게 태풍의 눈인가.

” 우리, 나가자. “

” 응. “

그녀와 나는 3일만에 처음으로 민박집을 나와 바닷가로 향했다.

민박집 아줌마는 파도가 거세질 것 같으면 얼른 돌아오라는 염려어린

당부를 했지만, 그 말은 고이 접어서 머리 한구석에 쳐박아 두었다.

” 와.. 그렇게 파도가 세더니 지금은 잠잠하네? “

” 그래도 우리 가기 전에 한번 보고 가라고 하늘이 인심쓰나 보다. “

” 그러게. 훗… “

그녀와 나는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그 넓은 해안에 우리 둘 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었지만, 이전처럼 암울한 회색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끔 파도가 살며시 치는 바다로 들어갔다가,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는, 다시 내게로 와서 방긋이 웃었다.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려주고는, 나도 웃었다.

그리고 얼마를 더 걷다보니 파도가 조금 거세진 것 같았다.

나는 아까 머리속에 쳐박아두었던 아주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 우리 돌아가자. 파도가 아까보다 거세진 것 같아. “

” 응..잠깐만. 아, 저기 있다. “

그녀는 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갑자기 주저 앉더니 품에서 무얼 꺼내는 듯 싶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조금씩 겹쳐지던 파도는 무서운 기세로 해안을 향해 달려왔고,

그녀의 머리 위로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해일이 그녀를 뒤덮으려 하늘

높이 치솟았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웃은 그 순간, 그 파도는 그녀의 몸을 덮쳤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며칠동안 해안경비대가 그녀의 시신을 찾으려고 바다를 수색했지만,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폭풍 때문에 그녀가 사라진 지 며칠 뒤에

수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발견될 꺼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행방불명으로 처리해야 겠다는 수색대원의 말을 듣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잠을 자면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고, 그럼 그 뒤에서 그녀가 웃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식은 땀을 흘리며 주전자를 들어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지만,

여전히 마지막 그 기억은 생생하게 내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 후 1년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부모님들은 그래도 내가 괜찮은 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속이 썩어버린 달팽이였다.

그녀의 부모님이 오열하시며 내 가슴을 치던 그 날,

내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나 냉정한가.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나는 사랑을 고백하던 볼이 붉은 여자 후배와 결혼을 했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낳았고, 이마에 주름살이 생겨났고,

머리숱이 적어져 갔다.

하지만 그녀를 잊지는 않았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다.

한밤중에 일어나 식은 땀을 흘리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는 차마 예전에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 여자가 그렇게

죽었다고, 아니, 행방불명되었지만 죽었을꺼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추운 봄 날이었다.

회사에서 급히 강릉 대리점에 결산 보고서를 확인하고 오라는 출장 명령을

받던 날, 나는 무척이나 가슴이 떨렸다.

폭풍이 불던 그 날 이후로 단 한번도 동해안에 가 본 적이 없었다.

다행이 결혼한 그 여자가 등산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피서는 전부 산이나

계곡으로 갔었다. 출장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하기 싫었다. 언젠가 한번은 가 보아야 할 장소 아닌가.

20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그 장소가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 생각은.

서류를 검토하고 별 문제 없음을 회사에 보고한 뒤에, 나는 버스를 타고

그 민박집이 있던 마을에 내렸다.

20년 전엔 둘이서 같이 내렸던 곳에 이번엔 혼자서 덩그러니 내렸다.

내게 머리를 기대고 졸리운 눈으로 웃던 그녀의 표정이 잠깐 머리를 스쳐갔다.

20년 전의 민박집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대충 위치는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길이 전부 바뀌고 집도 전부

바뀌어서 도저히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한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찾는 걸 포기하고 바닷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바다는 20년 전 그대로였다.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바다는 파도 하나 하나까지 똑같았다.

폭풍의 눈 속에 잔잔하던 그 파도가 그대로 여기 다시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예전에 했던 그대로 바닷가를 따라 쭉 걸었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그냥… 슬펐다.

그리고 계속 걷다보니, 그 장소에 오게 되었다.

바로 그 장소.
그녀가 파도에 휩쓸려간 그 장소.

문득 나는 궁금해 졌다.

그녀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반갑게 앞으로 달려나가 모래사장에
앉았던 이유를 한번도 궁금해 해 본적이없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손을 턱에 괴고 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내 발 옆에 무언가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병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호기심으로 나는 그 병을 모래 속에서 꺼내 보았다.

그 병 속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럴리는 없었다.

설마 이 편지가 그녀가 남긴 편지일리는 없었다.

바다로 휩쓸려간 이 병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이 장소로 왔고,

그 병을 내가 보게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 생각을 하며 앉은 바로 이 자리에 그 병이 놓여있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힌 병을 깨뜨리고 노랗게 퇴색된 편지를 펴 보는 순간…

나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이 누가 되실지는 모르지만,

제 비밀 하나를 알게 되신 걸 축하드려요.

저 임신했어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바다 속에서 내가 이 편지를 보아 주기를

20년 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어딘지도 모르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이 편지를 보아 주기를… 20년 동안 기다렸을 것이다.

” 이제 됐어… 미안해. 늦게 와서. 그리고… 사랑해.. “

나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기다렸어. 오랫동안….”

그녀도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봄바람은 차갑게 나를 감싸고 바다를 향해 불었다.

소매치기의 사랑

<1>

그래, 난 소매치기다. 젠장!!

그렇다고 아무 지갑이나 막 쓱쓱 가져가진 않는다.

탁 봐서 지갑 잃어버리고 돈 잃어버려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만한 사람들 것만 쓱쓱 한다.

원래는 돈암동 쌍칠파에 있었다.

강세 형님 밑에서 10살때부터 먹고 지내다가 13살이 되니까
이제 나도 기술을 익혀야 한다며 열라 빡터지게 고생하면서
배운 기술이다.

거기서 몇년간 형님하고 같이 일하다가 우리 파가 구역
다툼으로 지철파에게 깨져서 뿔뿔히 흩어지고 이제 나 혼자
일하고 다닌다.

길거리를 걷다가 `저 쉐이 돈 좀 있게 생겼는데,` 싶으면
우선 다가간다.

그래서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을 슬쩍 밀어서 그 사람이랑
부딛히게 한 다음 난 반대편으로 가서 그 사람 신경이 옆으로
쏠린 틈을 타서 슬쩍 한다.

이 손기술은 피로 익힌 기술이다. 강세 형님한테 배울 때
옷에서 1Cm 떨어진 곳에 칼을 꽂아놓고 배웠다. 처음에
할 때는 손에서 피가 배지 않은 날이 없었고, 어떨 때는
손가락 살이 한웅큼 베어나가기도 했다.

<2>

젠장. 그날은 운이 개똥인 날이었다.

오랜만에 명동에 나가서 한탕 해 볼려고 그랬는데 그날따라
괜히 사람들이 날 계속 쳐다보는거 같고, 어쩌다가 괜찮은
자식이 지나가면 꼭 그 옆에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곤 했다.

젠장!!

한 1주일동안 일을 안했더니 감각이 둔해진건지, 자꾸 쓱
할 시기를 놓쳐서 아침에 나왔는데도 점심 먹을 돈을 구하지
못해 굶었다.

어쩔수 없이 명동 성당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잘 차려입은 어떤 년이
앞에 가고 있었다.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옆으로
쓰윽 지나가면서 면도날로 핸드백을 베어서 지갑을 빼 냈다.

원래 면도칼까지는 잘 안쓰는데 이번마저 놓치면 오늘 벌이는
다 한거 같아서 위험부담을 안고 해 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인 듯
두툼한게 벌써 손맛이 왔다. 이 짓도 하다보면 늘어서 이젠 지갑만
만져봐도 얼만큼 돈이 들었을지 대충 알 수 있다.

지갑을 뺀 다음 전혀 모른체 하고 그 아가씨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지갑을 열어보았다.

역시 ..손맛이 좋더니만. 지갑에는 현금으로만 1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신분증이라고는 달랑 주민등록증 하나밖엔 없었다.
보통 그렇게 차려입고 나다닐 정도면 골드카드 두 세 개쯤은
가지고 다니는데…. 그리고 지갑 안쪽에 두툼하니 뭔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 꺼내보니 몇 십번을 다시 읽은 듯
꼬깃해진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제 내가 다시 언제 정신이 들지 모르겠구나.

자꾸 머리가 아파와서 잠이 들었다가 보면 어느새 며칠이
가 있곤 하더구나.

이번에 잠들면 또 며칠이나 정신을 잃을지 몰라서 잠깐 정신이
들었을때 이 편지를 쓴다.

네가 지금 다니는 회사일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항상 남한테 공손하고, 자신에게는 겸손해야 한다.

내 비록 힘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널 잘 가르치지는 못했지만
내 딸은 착하니까 어디서든 잘 해 낼꺼라고 믿는다.

다시 머리가 아파 오는구나.

이 편지를 네가 읽을때는 이미 난 또 잠에 빠져 있겠지.

그래…그럼 다음에 볼때까지 몸 건강하고,

날이 추우니까 꼭 스웨터 챙겨입어라..

– 널 사랑하는 아빠가 –

뭐야. 이거 뭐야 젠장!!

이 돈 설마 아버지 병원비는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근데 회사원이라면서 왜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 없는거야.

회사 다니면 증명증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것도 하나 없고.

젠장..

이상하다. 이상해..

젠장! 몰라!! 난 지금까지 소매치기 하면서 이 돈 없으면
눈물 흘릴만한 사람들 돈을 슬쩍하지 않는걸 신조로 해 왔다.

그래서 돈 좀 있어뵈는 사람만 슬쩍 하느라고 그런 사람
안보이면 3일을 굶어도 없어뵈는 사람 돈은
절대로 안 훔치는 나다.

그런데 분명히 그 년은 잘 차려입었었는데…

이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돌려줘 말어.. 으 젠장!
열라 머리아프네.

<3>

결국 난 이런돈은 찝찝해서 못 갖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주민등록증 뒤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돌려주는 내가 스스로도 뭐 이런 소매치기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눈에서 피눈물 흘려봤기
때문에 없는 사람 설움은 잘 안다. 이 돈 없어도 그냥 열라
기분 나쁜 정도로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 돈
없으면 가족 전체가 뿔뿔히 흩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젠장! 나도 어릴때 엄마한테 방세 낼 돈만 있었어도…

온 식구가 쫓겨나지만 않았어도 고아원으로 안갔을꺼고
이런 짓도 안했을꺼다. 날 버리고 간 엄마가 죽이도록 미웠지만
이젠 그냥 가끔 보고 싶기도 하다. 하긴..난 이제 엄마 얼굴을
꿈에서도 볼 수가 없다.

젠장!!

찾아간 집은 신림동 낙골 42통 3반이었다. 근데 뭐 이런곳이
다 있나 싶도록 산을 올라가면서 집들이 거의 판자 몇조각으로
지은 집도 있고 그랬다.

차라리 저 산동네가 더 잘살면 잘살았지 이 곳은 정말…

내가 사는 곳도 역삼동 5층 건물 옥상의 가건물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 곳보다는 훨씬 더 나았다.

그여자가 설마 이 곳에 산단 말야? 분명히 내가 본 그 여자는
옷도 회사원처럼 정말 돈 많게 차려입고 갔었는데….

이거 주소가 잘못 된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여튼 계속 산을 올라가다 보니 저 꼭대기 바로 밑에 열라
허름한 판자집이 하나 보였다.

저 밑에 할머니가 여기가 42통 3반이라고 말을 했으니까
분명히 맞을텐데…..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도 여기였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사람이나 있나 없나 보자.

” 저 계세요?”

” 예?”

” 저 실례지만 김선희씨세요?”

” 예…그런데요…”

으 젠장… 미쳐 이걸 돌려줄때 뭐라고 말을 할지 생각을
안해가지고 왔다.

그냥 나 소매치긴데 이 돈 나 먹기 싫으니까 니 가져 그럴까.

이런 젠장할!! 뭐라 그러지? 그래, 그냥 줏었다고 하자…..

” 저..혹시 이거 잃어버리셨어요?”

” 어머!, 예! 예! 아…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 맙습니다.”

이런…울잖아. 이거 정말로 내가 가졌으면 다른 사람 피눈물
날 뻔 했군.

” 그냥 길을 가다가 줏었는데 돈이 너무 많아서 돌려드릴려고
  가지고 왔어요.”

” 예….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돈 없었으면 저희 아버지는…
  죄송해요. 들어오실… 아. 집이 이래서..”

” 예. 괜찮습니다. 들어가죠.”

집 안벽은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구석에 비닐
장롱과 낡은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이거 연속극에나 나오는
옛날 집 같잖아. 이 여자 지갑이 맞는거 같은데..

그럼 그날 옷 입은건 뭐야?

” 죄송해요…집이 이래서.”

” 아뇨. 괜찮습니다. 뭐. ”

” 정말 감사해요… 이 돈 잃어버렸으면 저희 아버님은
  돌아가셨을 꺼에요. ”

” 아버님이 어디 아프신가요?”

” 예.. 뇌종양이세요. 아..처음 뵙는 분께 이런 말까지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제 마지막 수술이에요.

그런데 수술비가 모자라서 그 동안 수술을 못했는데 이제
하게 되었네요..정말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 네…다행이네요.”

역시 돌려주길 잘 했어. 젠장.. 이제 한 며칠 또 굶겠군.

방을 쓱 둘러보니 책상위에 사진이 놓여있었다. 가족사진같은데,
시골 풍경에 아버지인듯 보이는 사람과 어린 여자애가 나란히
서서 찍은 모습이었다.

” 아, 이분이 아버님이신가 보죠?”

” 예..10년 전 사진이에요. 서울 올라오기 전에 찍은거에요.”

” 아..서울 올라오신지 10년이 되셨나 보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4>

그 뒤 그녀한테 들은 얘기는 정말 드라마 게임이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 이었다. 집이 평택이었는데 농사 짓다가
태풍으로 농작물이 다 죽어서 이번 기회에 서울로 올라오자
하고 왔는데, 와서는 국민학교 동창이라는 놈한테 사기당해서
집팔고 소 판돈 다 날리고 아버지가 막노동해서 겨우 딸은
고등학교는 나왔다더라.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쓰러져서 병원에 가 보니 악성 뇌종양
이더라. 그런데 수술비가 5천만원 가까이 들어서 그때부터
이 여자가 파출부랑 점원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 돈을 모았다더라.

그런데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
되어 지금까지 다니던 점원을 관두고 퇴직금조로 100만원을
받아서 이걸 보태서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그 돈을 잃어버렸다더라.

그래서 수술을 포기하고 하던 일도 다 그만두려고 그냥 집에
이러고 있었는데 내가 와서 돈을 찾아준 것이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다. 아버지한테는 회사다닌다고 그냥 거짓말
했었고, 그날 옷 입은것도 아버지 보려고 가니까 회사원처럼
보이려고 사정 사정해서 파출부 주인집 옷을 빌려입은 거란다.

그날 난 이 여자랑 많은 얘기를 했다. 내가 하는일이 소매치기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그냥 내가 사는 건물에 있는 어떤 회사
다닌다고 그랬고, 말도 입에 붙어버린 욕이 안나오게 하려고
무진장 애썼다.

그리고 선희가 다시 일 나갈 시간이라고 해서 저 밑의 버스정류장
까지 같이 가서 가는거 보고 난 다시 내려갔다. 젠장! 나 왜
이러는건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젠장!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었다. 이젠 마주쳐도 몰라볼 엄마.

어쩌면 내가 슬쩍한 많은 사람들 중에 엄마도 껴 있을지도
몰랐다. 젠장! 젠장!! 젠장!!!

<5>

그 뒤 우리는 가끔 만났다. 워낙 선희가 시간이 없으니까 주로
내가 가서 만나는 편이었고, 아버님수술도 수술 경과가 좋다고
들었다. 난 회사원처럼 보이려고 소매치기 한돈을 모아서 양복도
한 벌 샀고, 선희를 데리고 생전 처음으로 영화관도 들어가 봤다.
처음가는 티 안내려고 무지 노력했는데도 표를 가지고 들어가는데
자꾸 표를 아깝게 찢길래 그냥 찢지 말라고 그러다가 열라 쪽 당했고,
며칠 굶으면서 돈을 모아서 레스토랑에 갔는데 아는 음식이 돈까스
밖에 없어서 그거 시킬려고 찾아보니까 그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나중에 나와서 음식 진열해 놓은걸 보니까 포크 커틀렛인가
뭔가라고 써 있는게 돈까스랑 비슷하게 생긴걸로 봐서 이게 맞는거
같은데 그걸 시킬 자신이 없어서 다음에는 그냥 한식집으로만 갔다.

선희는 어렵게 자랐어도 열라 착하고 이쁜 여자다.

내가 이런데 오면 비싼데 필요없다고, 그냥 밥이랑 김치 먹어도
된다고 자꾸 망설인다. 그러면 난 더 사주고 싶어진다.

어떻게든 이 여자한테 잘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훔친 거긴
하지만 반지도 주고, 목걸이도 주고,귀걸이도 주고 그랬다.

그 뚱뚱한 부자 여편네들이 걸치는 것 보다 선희가 걸치는게 훨씬
보기 좋았다.

그러다가..그렇게 잘 지내다가 결국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날 선희는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계속 울었다.

나도 그냥 눈물이 나서 둘이 안고 같이 울었다. 그렇게 힘들 게
일해서 수술을 시켜드렸는데…

경과도 좋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젠장… 그럼 그 동안 선희가 그렇게 고생한게 헛 고생이었단 말인가.

젠장젠장… 우리같은 사람들 마음 아프게 안하면 어디가 덧나서
이렇게 해야 되느냔 말이다. 젠장!!

<6>

그 뒤 선희는 외로움을 느끼는지 더욱 나와 자주 만났다.

그리고 나도 선희를 만나면서 왠지 소매치기를 다시 하기가
찝찝해서 그냥 그 건물에서 경비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청소일을
하면서 지냈다.

돈은 소매치기 할때 보다 훨씬 덜 받지만 그래도 전에 선희한테
그 건물에서 일한다고 말한것에 대해 떳떳할 수 있어서
마음은 편했다.

그리고 난 물론 계속 회사원 행세를 했다. 괜히 가끔 전화왔다고
전에 슬쩍한 핸드폰 들고 혼자 지껄이기도 하고, 회사 들어가
봐야 된다고 할 일도 없는데 그냥 헤어지고는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날은 오랜만에 선희가 파출부로 나가는 집이 해외여행을 떠나서
하루종일 선희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선희가 제일 가보고 싶어하던 63빌딩 수족관에 같이가서
사람만한 물고기도 보고, 물개도 보고, 그 피라니아인지 파란이아인지
하여튼 사람 잡아먹는다는 물고기도 보았다.

그리고 가게에서 300원짜리 돼지바 두개를 사서 먹고 오는데 저

골목에서 뀨자 3명이 걸어오는게 보였다. 순간 뭔가 난 느낌이
이상했지만 설마 하고서는 그냥 갔다.

그런데 갑자기 서로 지나쳐 가려는 순간 남자 두놈은 날 잡고 한놈은
선희의 머리를 잡고 저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순간 난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전에 조직에서 익혔던 싸움기술만
생각나서 팔 한쪽을 돌려서 빼고는 항상 주머니 안에 넣고다니는
면도날을 꺼내서

“야, 이 10쉐이들아!!! 이 개쉐이들이 열라 빡돌게 하네?

야 이 놈들아 일루 안 와???”

하고는 소매치기 할때 면도날 긋듯이 몇번을 쓰윽 쓰윽 허공에
그어댔다. 그놈들도 뭘 아는 놈들인지 내가 그어대는 걸 보고서는
사람 잘못 건드렸다 싶었는지 선희를 내버려두고 슬금슬금 저 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 선희야, 괜찮니?”

” 예, 괜찮아요.”

” 그래. 나… 이런 놈이야… 나 소매치기야.. 남의 지갑 훔쳐서
  사는 놈이라구. 지금까지 속여서 미안해….그래. 이제 뭐 다 알 게
  됐으니 뭐.. 그래.그래… 그럼 나 갈께. 잘 살아…..안녕…”

” 잠깐만요~~!. 실은 저 …알고 있었어요..”

“. 뭐! 내가 소매치기인줄 알고 있었다구?”

” 전에 제게 주신 반지.. 그 뒤에 다른 여자 이름이 새겨져 있는거
  보고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청소일 하시는 것도 알아요.

  가끔 옷에서 청소 할때 쓰는 왁스 냄새가 배어있는걸로 알았어요.
  죄송해요..저도 알면서 모르는 척 해서….그래도 그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

” ………”

” ………”

” 그래..뭐, 알고있던지 없던지 그건 상관 없겠지. 난 간다.
  나랑 같이 있으면 너 앞으로 무지 힘들꺼야. 잘 있어……간다.”

” 저…..잠깐만요…….괜찮으시면….저랑…….결혼….해…..
  주실래요…..”

<7>

그래. 난 소매치기다. 아니..소매치기 였다.

지금은 그 건물에서 유리창도 닦고 잔심부름도 한다.

돈은 조금 받지만 그래도 전에 소매치기 할 때보다 훨씬 더 좋다.

이제 옥상에서 사는건 나 혼자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마누라도 있고, 이제 가까스로 걸어다니는 아들놈도 있다.

이 놈 넘어질려고 할 때마다 번개처럼 손을 뻗는걸 보면
내 자식놈이로구나 싶다.

가끔 일을 마치고 애를 안고 있는 내 마누라와 서울 밤 거리를
볼때면 세상을 다 소매치기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마누라를…

내 자식을…

난….

정말…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도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였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은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야.」

「하긴 뭘 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알렌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의 거리는 벌써 15미터 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은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 같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서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두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 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 * *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 * *

옛 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 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넌 네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않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퍼센트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이나 사경을 해멘 끝에, 옛날 기억들은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 속은 마치 D. H. 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퍼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 * *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캉가루 날씨 (カンガル-日和)』
(1983, 헤이본샤(平凡社)단편소설

로댕가리 – 벽

내 앞에는 어떤 젊은 대학생의 시체가 놓여 있었습니다. 약 이십 세 가량 된 그 젊은이는 바로 그날 밤에, 가스통 속에 실링 화(貨) 동전을 몇 개씩 집어 넣어야 비로소 난방이 되는 그 비참한 어느 방 안에서 목을 매고 자살을 한 겁니다.

나는 진단서를 쓰기 위하여 그 싸늘한 방안의 탁자 앞에가 앉다가 신경질적으로 휘갈겨 글을 써 놓은 몇 장의 종이 위에 눈길이 갔지요. 무심코 거기에 눈길을 던 졌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읽기 시작했답니다.

그 불쌍한 청년은 거기다가 자기가 왜 그런 행 동을 했는지를 설명해 놓은 겁니다. 여러모로 보아 그는 고독을 견디지 못해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그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돈도 없었는데 성탄절이 되었으니 그저 온통 그리운 것은 따뜻한 손길, 사랑, 행복, 그런 거였지요. 게다가 그 옆방에는 어떤 처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는 그 여자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종종 층계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천사 같은 아름다움”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쓸쓸함과 절망과 싸우며 몸부림치고 있는 그때 벽을 통해서 옆방으로부터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겁니다.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 한숨소리 같은 것이었는데 그의 편지속에는 “특징적인 것”이라고

지적되어 있고 그것이 정확히 어떤 성질의 것인지 알아 차리기 가 너무나 쉬운 그런 소리였다는 겁니다.

그 소리는 청년이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하여 들렸을 가능성이 짙어요. 왜냐하면 이 친구는 마치 분노와 멸시를 통해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것을 자세하게 묘사했고 그의 글씨에는 매우 흥분한 정신상태의 흔적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는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이나 문자 그대로 관능의 헐떡임 소리를 들었으며 내가 여기서 구태여 자세한 묘사까지는 않겠습니다만 침대가 삐걱거리고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편지에 쓰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옆방 여자”의 관능적인 신음소리는 특히 그가 처하고 있었던 고독과 절망과 모든 것이 역겹게 느껴지는 상태에서는 여간 가슴 쓰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남몰래 그 여자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고 고백하고 있으니까요. “그 여자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감히 말도 걸어보지 못했다”고 그는 썼어요.

그래서 그는 커튼 줄을 뜯어내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행동을 저질렀던 겁니다. 나는 그 종이 에 써진 글을 다 읽고 나서 진단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기 전에 나는 잠시 동안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벽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사랑의 몸부림 이 끝난 지 오래되었고 그에 뒤이어 기분 좋은 잠이 그들에게 찾아온 모양이었어요.

나는 만년필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 손가방을 챙겨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찰관과 함께 밖으로 나오려 다가 갑자기 어떤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처녀와 그의 쾌락의 상대자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그 방과 겨우 얄팍한 벽 하나로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어요. 그러니 어쩌면 그들에 게서 들어볼 만한 무슨 말이, 추가함직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나는 나직한 비명과 한숨소리 를 냄으로써 그토록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그 `천사 같은 존재`에게 잠시 눈길을 던져보고 싶은 욕심 이 생겼던 겁니다.

요컨대 나는 문에 노크를 했던 겁니다. (…………) 내가 들어가서 커튼을 활짝 잡아 당겨 열었습니다. 눈길을 침대 위로 흘끗 던져보기만 해도 사태는 짐작할 만했어요. 벽을 통해 들려 오는 바람에 그 절망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했던 그 신음소리와 경련적인 비명과 한숨소리가 어떤 성 질의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그 젊은 대학생은 완전히 오해를 한 것이었어요.

베개 위에는 비소(砒素) 음독으로 인한 그 모든 고통과 흔적으로도 어여쁜 모습만은 지워지지 않은 금발의 머리가 얹혀 있었 습니다. 그 처녀는 벌써 사망한지 여러 시간 된 듯했고 죽기 전에 매우 오랫동안 몸부림친 것이 분명 했습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편지로 미루어 보아 자살의 동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강 만 보아도 그건 고독 …… 그리고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싫증……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