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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신경쓰이는 미신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같은 내용의 편지를 3장 보내면 당신에게 행운이 돌아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 당신의 선택은? (보낸다 / 무시한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신경쓰이는 미신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자의 숫자가 성직자나 군장교보다 많고, 매년 10만종 이상의 과학저널에 600만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반면 UFO, 외계인에 의한 납치, 공중부양, 수맥찾기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심령술, 점성술, 피라미드의 힘, 사후의 삶 등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현대인들의 집착 역시 여전하다.

1997년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굴드 등과 함께 회의주의학회를 조직했고 과학저널 <스켑틱>을 통해 창조론자, 사이비역사학자, 사이비과학자, 컬트집단을 고발해왔던 과학사학자 마이클 셔머는 현대인들의 미신에 대해 논리적 반박을 시도한다. 그의 무기는 암흑시대를 깨뜨린 계몽철학자들의 그것처럼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이성’ 이다.

그는 사람들이 왜 이런 상태에 빠져드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콜드리딩(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방법)에 정통한 심령술사로 알려진 제임스 반 프라그의 사술(詐術)을 폭로했던 TV 프로그램 출연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런 식이다. 반 프라그는 아들을 잃은 한 부부에게 다가가 “K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케빈인가요? 켄인가요? 라고 묻는다. 부부는 크게 놀라 울음을 터뜨리지만 반 프라그는 이미 두 부부가 ‘K’라는 글자가 새겨진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일반인들이 잘 포착하지 못하는 단서를 심령술로 포장해 활용한 것.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은 “온당치 못한 짓!”이라고 힐난한 출연자들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상실감 속에서 위안과 희망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상시적인 고독과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비판능력을 접고 일시적인 위로를 주는 ‘이상한 것들’에 혹한다고 마이클 셔머는 진단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미신에 대한 집착을 석명(釋明)하기 위해 ‘믿음엔진’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인류는 ‘사냥감을 앞에 두고 바람을 등지고 서면 사냥에 실패한다’ 라든가 ‘소의 배설물을 뿌리면 작물이 잘 자란다’와 같이 인과관계를 유추해 일정한 패턴을 추적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진화했다.

패턴을 추적하는 메커니즘을 믿음엔진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종종 ‘거짓을 믿는 오류’ 나 ‘참을 거부하는 오류’를 낳는다. UFO나 심령현상을 믿는 오류가 전자라면 창조론자들이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이들은 후자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책에 따르면 이 같은 무의미하고 비과학적인 패턴찾기는 대개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나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불안을 줄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의 시대라는 현대에도 사기꾼이나 광신자가 아닌 정상적인 사람들, 때로는 굉장히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기적, 괴물, 신비 같은 현상에 빠져드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들에 대한 비판에 더해 권위에 대한 지나친 의존, 일반화의 오류, 순환논증 등 사고의 오류 25가지를 소개함으로써 마술적 사고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마이클 셔머가 이끌고 있는 회의주의학회의 사무실에는 지금도 쓰레기나 신문쪼가리로 채워놓은 편지나 ‘사탄과 사탄의 천사들이 운영하는 지옥의 무료입장권’과 같은 인쇄물을 동봉한 우편물들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회의주의자들의 반 신화, 반 종교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많은 적대자들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도덕과 결부된 이성적 합리성’ 만이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상식과 비상식을, 역사와 사이비 역사를 분별해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것은 고질병 처럼 ‘불안’을 앓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