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물줄기를 튼 13명의 천재들

역사의 물줄기를 튼 13명의 천재들

세상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걸까. 역사의 진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시대적 조건과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한 이들의 존재는 역사진보의 동력이 됐다.

한국사의 천재들(이덕일·신정일·김병기 글)에는 우리 역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던 13명이 등장한다.

지은이들은 그들을 ‘천재’라고 규정한다.

천재의 사전적인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시대의 상식에 맞서 싸워 시대정신의 물꼬를 튼 사람.’ 뛰어난 재능이 역사에 적극적으로 역할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지은이들은 “이들은 당대에 인정받지 않더라도 그들의 앞선 생각이 우리시대 상식이 됐다”고 말한다.

시대적 조건과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기에 그들은 ‘몰상식’했고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책에서 천재라고 꼽힌 이들 중 상당수가 탈시대적 열망과 비전으로 충만했지만 ‘문제적 인간’으로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왕실과 귀족의 보호를 받으며 경전·법문 해석이 참된 가르침이라고 본 교종에 맞서 참선을 통한 수양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 주장했던 지눌이 그랬다.

조선의 개혁을 시도하려다가 노론에 부딪쳐 좌절한 이가환 또한 그러했다.

물론 천재성이 시대적 장애 없이 발휘된 경우도 있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고려를 위기에서 구한 서희가 그런 예다.

서희는 거란(요)이 송(宋)이 차지한 중원으로 진출하려면 고려와 국교를 수립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꿰뚫어본다.

고려가 바닷길로 송과 거래하고 있다는 것을 침략의 이유로 내건 거란에 압록강 일대 여진족 탓이라고 설명,퇴각할 명분을 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외교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 셈이다.

천재의 운명은 비극적이기도 했다.

을사늑약에 분노해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죽는 이가 없다면 어찌 통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자결한 ‘조선 마지막 선비’ 매천 황현이 그렇다.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알아본 이의 도움으로 천재성이 발휘되기도 했다.

관아에서 쓰던 물품을 만들던 동래 관노 장영실은 태종에서 천거되고 세종 때 유학까지 가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조선시대 과학을 꽃피워 보답한다.

몰락한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났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발해사를 한국사에 편입,남북국시대라는 새 패러다임을 만든 유득공도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한 조선 정조가 있었기에 빛을 봤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기존 ‘사전적 천재성’이나 ‘시대와의 불화’에 초점이 맞춰져 서문에서 규정한 천재의 조건인 역사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일부 사례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은 4부로 돼 있다.

역사적 도약은 그 변화의 물꼬를 튼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지은이들의 시각이다.

생각의나무/1만4천원. 김마선기자 ms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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