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불투명한 유통구조 악용 폭리 취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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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값은 ‘정유사와 주유소 측이 정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격 결정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8일 서울 대치동 A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은 ℓ당 1565원에 휘발유를 구입했다. 하지만 인근 도곡동 B주유소에서는 무려 165원이나 비싼 173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70ℓ가 들어가는 NF쏘나타(2000㏄)에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두 주유소 간 기름값 차이만 무려 1만1550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날 본지가 연료비 정보사이트인 ‘오일프라이스와치’를 통해 서울 강남구 30개 주유소의 7∼8일 휘발유 가격을 비교한 결과 ℓ당 평균가는 1680.57원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가장 비싼 주유소(ℓ당 1788원)와 싼 주유소(〃 1458원) 간 격차가 330원이나 됐다. 주유소 간 기름값 차가 이처럼 큰 것에 대해 주유소업계는 땅값이나 서비스 수준, 운영비용 등이 주유소별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같은 강남구 내에서도 가격차가 큰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적지 않은 주유소들이 고유가 분위기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유사→석유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유통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것이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유소 공급가 천차만별, 소비자만 봉=현재 정유사들은 일주일 단위로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장도 기준 가격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이 향후 기름값 변동 추이를 예상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지난 1일 기준으로 무연휘발유는 ℓ당 1491원, 경유는 1209.4원이다. 하지만 실제 정유사들이 각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기준가와 상당히 다르다. 정부는 정유사가 휘발유의 경우 최소 40원 이상, 경유는 최소 60원 이상 각각 싸게 주유소에 내보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정유사 영업담당자도 “경쟁업체에 수요처(주유소)를 빼앗기면 타격이 큰 데다 주유소마다 거래 규모나 방식이 다르다 보니 고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당연히 주유소 공급가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많은 주유소를 거느린 대형 대리점한테는 할인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뒤집어보면 정유사는 이 같은 할인관행을 감안해 기준가를 미리 높여 잡는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선 주유소들이 실제 할인해 공급받은 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내놓은 높은 기준가를 반영해 판매가를 정해 마진폭을 넓힌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를 볼모로 정유사와 주유소들만 ‘윈윈 게임’을 하는 셈이다. ◆불법·유사 휘발유 유통 근절해야=유사휘발유 유통에 따른 문제점도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약 7억ℓ의 유사휘발유 유통으로 세금탈루액만 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농·어업용으로 공급되는 면세유가 일반 주유소로 빼돌려지는 등 덤핑·무자료 거래에 의한 세금탈루도 심심찮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4∼05년에도 유사휘발유 유통으로 한 해 7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세수감소를 이유로 교통세 축소 여론을 일축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안 하면서 편안하게 세금 장사만 한다’는 비아냥을 자초하는 셈이다. 이강은 기자 Tags: 경유값 경제 기름값 정유사 폭리 휘발유 휘발유값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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