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지체가 빚은 안타까운 사연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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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민연금과 관련된 민원을 처리하는 기구인 국민연금 재심사위원회에참석했다. 국민연금공단을 거쳐서 오는 민원이기에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개개인의 사정을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험료를 제 때 내지 못해 연금을 받지 못하는 딱한 경우가 있다.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장애연금 신청에 관한 것이다. 예전에 돈이 없어치료를 받지 못했던 질병이 장애로 연결되는 경우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의 장애연금은 가입기간 중에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만 인정하고있어, 그 질병이 발생한 시점을 두고 다툼이 있다.
민원인은 국민연금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으로 장애가 되었다고 주장하지만,그것을 입증할만한 병원 기록이 없으면 장애연금을 받지 못한다. 개개인의 형편은 너무 딱하지만, 법률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장애연금을 줄 수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헤아려 장애연금 수급조건을 완화해 가입 전에 발생한 질병이라도, 가입 뒤 초진을 받은경우에는 장애연금을 줄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들이 연금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중복급여제도의 완화,분할연금 개선, 출산·군복무 크레딧 등 제도개선 사항만 해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안정화를 위한 대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은 먼 훗날의 문제이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바로 지금 우리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필자는 공무원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왔다. 이십여 년이 지난지금, 별도의 소득이 없는 부모님은 내가 드리는 것으로 생활을 하신다. 드리는 입장에서는 매번 액수가 적어 미안해하고, 받는부모님은 우리의 어려운 형편을 안쓰러워하신다. 부모님이 소득활동을하시던 때에 국민연금 제도가 있었다면, 하다못해 연금보험료를 내가 대신 납부할 수 있었더라면,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하시면서손자들에게 도리어 용돈을 주실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많은 노인세대는 모든 것을 희생하여 자식을 다 키우고 나서 가난과질병에 시달리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적은 금액이나마 내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어르신들에게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정당 간에 진지한 협의가진행됐으나, 국민연금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학법 등의 이유로 국회 처리가 무산되었다. 여기에 대해 국회의 그 누구도 책임있는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우리의 아들, 딸과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은 점점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의하면 2006년 말 현재 잠재부채는 238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2010년을 기준으로 하루에 약800억원, 연간 30조원씩 쌓이고 있다. 잠재부채는 지급해야할 금액에서 적립된 금액을 뺀 것을 말한다.
문제는 후세대가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최근 여·야가 잠정적으로합의한 개정안(보험료율9%-급여율40%) 에 의할 경우 잠재부채는 2010년에 현행 354조원에서 295조로 축소되며, 이는하루 80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줄어든다. 또한 장기적으로 현행 제도의 잠재부채는 2030년에 2,809조원이지만 합의안에 의하면 1,321조원으로 47%까지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재정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늦어짐에 따라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동안 제도를 운영해 오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왔으나, 연금개혁이 늦어지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반감되고 있다.
20~30년 후, 아니 우리의 후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이 어떠한 나라가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 우리는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난 날의 성장제일주의 전략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도해결할 수 없으며, 옛날에 하던 대로 해서는 2등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사람을 소중히여기고 사람이 정책의 목표가 되는 사회투자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우리 모두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될것이다. 지금 우리 부모세대가 겪고 있는 ‘행복 없는 장수’에서, 모두 다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금 나하고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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