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국 - 첫사랑의 원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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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청춘의 꽃이라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첫사랑의 실패 원인을 꼽자면 경험 부족과 참을성 부족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한테는 애초부터 첫사랑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나는 재수생 시절에 친구와 함께 학원을 다녔다. 친구한테는 같은 학원에 다니는 C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우리 셋은 자주 어울려 다니곤 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나는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해 열병을 앓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너무 좋아해 밥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내 마음을 정리하려고 애써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은 폭풍처럼 가슴 속에 휘몰아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 속에는 악마가 자리잡게 되었다 녀석만 없으면… 녀석이 이 세상에 없으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어서 결혼도 할 수 있는데…. 나는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그때 처음 깨달았다. 친구가 애인과 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통 사고라도 나서 친구가 죽어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고개를 쳐들곤 했다. 그런데 한창 복더위일 때, 친구는 애인과 심한 말다툼을 하고 냉전 중이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서도 친구에겐, 남자인 네가 먼저 화해를 청하라고 충고까지 해주었다. 더할 수 없는 위선이었다. 다음날 오후,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친구가 학원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고 한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친구의 사망 소식을 학원 친구가 전화로 알려왔을 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 실현된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의 장례식 날, 나는 무릎을 꿇고 흐느껴 울며 용서를 빌었다. 그 후 나는 C와 모든 관계를 끊고 학원도 옮겼다. 그리고 매년 친구의 기일이면 한강에 나가서 장미 한 송이를 강물에 던진다. 내년에도 친구를 찾아갈 것이다. 이제는 그만 오라는 친구의 말을 들을 때까지…. Tags: 슬픈글 이별 이정국 좋은글 헤어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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