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이 크다

31395 
Created at 2006-10-06 07:11:09 
281   0   0   0  
10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늦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사정이 있어서 일찍 올라와야 했는데 기차를 타고 왔다.



피곤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하릴없이 창 밖을 보며 가는데 똑같은 풍경이 지겹기도 하고 따분했다.



그러고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정차했던 청도역을 벗어나면서부터 비어 있던 내 뒷자리에서 이야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가 탔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그 이야기 소리가 끊이질 않는 것이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너무 이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 놓은 것 같아.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 할 것 같은데."



"저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 떨어지는게 꼭 노란 비 같아."



"여긴 포도나무가 참 많네. 저 포도밭은 참 크다. 저 포도들 다 딸려면 고생 하겠는데."



"저기 저 강물은 정말 파래. 꼭 물감 풀어 놓은 것처럼. 저 낚시하는 아저씨는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저기 흰 자동차가 가네. 그런데 엄청 작다. 내 힘으로도 밀겠어. 운전하는 사람은 음...20대 초반 같은데 안경을 썼네.어 벌써 지나쳤어."



겨우 잠들기 시작한 나는 짜증이 났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말이 많아? 자기 혼자 다 떠들고 있네. 다른 사람들은 눈 없나?`



잠자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얼굴이나 보자며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순간 난 잠시 흠칫했다.



그 자리엔 앞을 못 보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 이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다.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셨다.



마치 실제로 보기라도 한다는 듯 입가엔 엷은 미소까지 띤채로......

Tags: 감동적인 글 부부 사랑 아름다운 글 좋은글 Share on Facebook Share on X

◀ PREVIOUS
서정주 - 신부
▶ NEXT
로댕가리 - 벽
  댓글 0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등록 할 수 있습니다.
SIMILAR POSTS

로댕가리 - 벽 (created at 2006-10-06)

황경신 - 당신을 보면 (created at 2006-10-06)

서정주 - 신부 (created at 2006-10-06)

황석주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created at 2006-10-06)

아프리카의 오래된 전설 (created at 2006-10-06)

감옥에서 온 편지 (created at 2006-10-06)

이정하 - 그런사람이 있었습니다 (created at 2006-10-06)

최승호 - 우화 (created at 2006-10-06)

아름다운 프로포즈 (created at 2006-10-06)

친구에게 (created at 2006-10-06)

할아버지의 사랑 (created at 2006-10-06)

남진경 - 연인 (created at 2006-10-06)

달팽이의 반쪽 사랑 이야기 (created at 2006-10-06)

입맛춤 (created at 2006-10-06)

어느 여배우 이야기 (created at 2006-10-0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created at 2006-10-06)

당신을 위한 동화 (created at 2006-10-06)

원태연 - 누군가를 다시 만나야 한다면 (created at 2006-10-06)

열 아홉가지의 사랑 (created at 2006-10-06)

저 여기서 내려요 (created at 2006-10-06)

바보 소년 이야기 (created at 2006-10-06)

김은선 - 다시 새긴 믿음 (created at 2006-10-06)

용혜원 - 기다리는 그 시간 (created at 2006-10-06)

무라카미 하루키 -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created at 2006-10-06)

소매치기의 사랑 (created at 2006-10-06)

20년전의 편지 (created at 2006-10-06)

해바라기 사랑 (created at 2006-10-06)

피그마리온 (created at 2006-10-06)

판도라의 상자 (created at 2006-10-06)

이런 날 만나게 해주십시오 (created at 2006-10-06)

씨뿌리는 사람의 씨앗/열림원 - 박수를 치는 데 두손이 필요한 건 아니다. (created at 2006-10-06)

회상 (created at 2006-10-06)

신경숙 - 가을날 (created at 2006-10-06)

살로트 웨크슬러 - 날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 (created at 2006-10-06)

이정국 - 첫사랑의 원죄 (created at 2006-10-06)

이해인 수녀님 -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created at 2006-10-06)

내가 네게해 줄 것은 이것밖에 없어 (created at 2006-10-06)

만남의 소망 (created at 2006-10-06)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한 것입니다 (created at 2006-10-06)

이영미 - 아이들의 비밀 (created at 2006-10-06)

이승훈 - 잊을 수 없는 주례사 (created at 2006-10-06)

해후 (created at 2006-10-06)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created at 2006-10-06)

첫키스 (created at 2006-10-06)

너무나 쉬운 이별 (created at 2006-10-06)

김옥기 - 동전 2개 (created at 2006-10-06)

널 보낸 후에 (created at 2006-10-06)

친구생각 (created at 2006-10-06)

비의 의미 (created at 2006-10-06)

임지혜 - 누가 포도잼 병을 깨트렸나? (created at 2006-10-06)

OTHER POSTS IN THE SAME CATEGORY

저 여기서 내려요 (created at 2006-10-06)

열 아홉가지의 사랑 (created at 2006-10-06)

원태연 - 누군가를 다시 만나야 한다면 (created at 2006-10-06)

당신을 위한 동화 (created at 2006-10-0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created at 2006-10-06)

어느 여배우 이야기 (created at 2006-10-06)

입맛춤 (created at 2006-10-06)

달팽이의 반쪽 사랑 이야기 (created at 2006-10-06)

남진경 - 연인 (created at 2006-10-06)

할아버지의 사랑 (created at 2006-10-06)

친구에게 (created at 2006-10-06)

이정하 - 그런사람이 있었습니다 (created at 2006-10-06)

감옥에서 온 편지 (created at 2006-10-06)

황경신 - 당신을 보면 (created at 2006-10-06)

로댕가리 - 벽 (created at 2006-10-06)

서정주 - 신부 (created at 2006-10-06)

황석주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created at 2006-10-06)

아프리카의 오래된 전설 (created at 2006-10-06)

최승호 - 우화 (created at 2006-10-06)

아름다운 프로포즈 (created at 2006-10-06)

해바라기 사랑 (created at 2006-10-06)

피그마리온 (created at 2006-10-06)

판도라의 상자 (created at 2006-10-06)

이런 날 만나게 해주십시오 (created at 2006-10-06)

씨뿌리는 사람의 씨앗/열림원 - 박수를 치는 데 두손이 필요한 건 아니다. (created at 2006-10-06)

회상 (created at 2006-10-06)

신경숙 - 가을날 (created at 2006-10-06)

살로트 웨크슬러 - 날마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 (created at 2006-10-06)

이정국 - 첫사랑의 원죄 (created at 2006-10-06)

이해인 수녀님 -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created at 2006-10-06)

UPDATES

소녀대 - Bye Bye Girl (updated at 2024-04-13)

대한민국 날씨 근황 (created at 2024-04-13)

성일종 인재육성 강조하며 이토 히로부미 언급 - 인재 키운 선례? (updated at 2024-04-13)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조수연 국민의힘 후보 - 친일파? (updated at 2024-04-13)

Marshall Ha님의 샤오미 SU7 시승기 -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님이 긴장할만한 느낌 (updated at 2024-04-09)

윙크하는 귀염둥이 반려견들 (created at 2024-04-08)

달콤 살벌한 고백 (created at 2024-04-08)

북한 최정예 공수부대 훈련 모습 (updated at 2024-04-02)

맛있었던 친구 어머니의 주먹밥이 먹고 싶어요 (created at 2024-04-02)

자리 마음에 안든다고 6급 공무원 패는 농협 조합장 (created at 2024-03-26)

85세 딸 짜장면 사주는 102세 어머니 (created at 2024-03-26)

1990년대 감각파 도둑 (created at 2024-03-26)

치매에 걸린 69살의 브루스 윌리스가 전부인 데미무어를 보고 한 말 (updated at 2024-03-22)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라던 윤석열대통령 - 상황 안좋아지자 여러 전략을 펼쳤지만, 부작용 속출했던 2024년의 봄 (updated at 2024-03-13)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윤석열 대통령 (updated at 2024-03-08)

조선일보를 안본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이유 - 천황폐하, 전두환 각하, 김일성 장군 만세? (created at 2024-03-07)

광폭타이어를 장착하면 성능이 좋아질거라는 착각 (updated at 2024-03-03)

면허시험장에서 면허갱신하면 하루만에 끝나나? (updated at 2024-03-03)

신한은행/신한투자증권 금융거래 종합보고서 다운로드 방법 (updated at 2024-02-26)

100년 된 일본 장난감 회사가 내놓은 변신 기술에 난리난 과학계 (created at 2024-02-26)

알리에서 발견한 한글 지원하는 가성비 쩌는 무선 기계식키보드 (updated at 2024-02-25)

쌍팔년도가 1988년인줄 알았던 1인 (updated at 2024-02-23)

이쁜 색으로 변신한 테슬라 사이버트럭 (created at 2024-02-23)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한국 대표팀 내부에 있었던 이강인의 폭주 (updated at 2024-02-21)

강릉 맛집 지도 (updated at 2024-02-20)

간이 안좋을 때 나타나는 증상 20가지 (updated at 2024-02-20)

배설물을 이용하여 일본에 저항했던 독립운동가 조명하 (updated at 2024-02-20)

요건 몰랐지롱? 이순신을 사랑한 외국인 (created at 2024-02-20)

원빈도 머리빨 (created at 2024-02-19)

대표적인 대한민국의 미남배우 중 하나인 원빈 (created at 2024-02-19)

백제의 건국 시조 온조왕 (updated at 2024-02-19)

700년동안 대한민국 고대국가의 한축이었던 백제시대 (created at 2024-02-19)

대머리들에게 주는 대머리의 조언 (created at 2024-02-17)

일본의 여성 락그룹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다이아몬드" (created at 2024-02-17)

결혼식 직전 연락두절된 신랑 (created at 2024-02-17)

대한민국 축구팀 파문으로 인해 중국 소셜미디어까지 등장한 탁구 전도사 이강인 (updated at 2024-02-16)

조국의 반격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한국의 정치판 - 데뷰와 동시에 한동훈 장관에게 던진 4개의 질문 (updated at 2024-02-15)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내분사태로 갑자기 회자되는 이승우선수의 친화력 (created at 2024-02-15)

카카오뱅크 금융거래종합보고서/잔액증명서/거래내역서 발급 방법 (created at 2024-02-14)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 (created at 2024-02-13)

이제는 국민 유행어로 등극한 한동훈의 "싫으면 시집가" (updated at 2024-02-13)

설 연휴 잔소리 메뉴판 - 이제 잔소리 하기전에 요금부터... (updated at 2024-02-10)

로버트 드니로의 70년 전 모습 (created at 2024-02-08)

카메라 어플로 만들어본 슈퍼걸 - 엄... 최종 작품은 왠지... (created at 2024-02-08)

앞트임 하고 새롭게 태어난 대한민국의 젊은 용사 (created at 2024-02-08)

비가 억수로 내리던 2024년의 2월 어느날 캘리포니아의 밤 카니예 웨스트와 그의 아나 비앙카 센소리 (updated at 2024-02-08)

스케방형사 1화 - 수수께끼의 전학소녀사키 (created at 2024-02-05)

백제와 일본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근초고왕 시대 (created at 2024-02-05)

일에 찌들은 아빠가 꿈에서 깨어나지 않자 구출해주는 짱구 (created at 2024-02-03)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휴 그랜트(Hugh Grant)가 블랙핑크 콘서트에 다녀온 후 소감 (created at 2024-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