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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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세발 자전거 끌고와서 세계일주 시켜 준다던 그애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 사 주었더니 화이트 데이때 커다란 사탕상자 사 주면서 사탕사서 담으라던 그애 함박눈 내리던 날 눈싸움 하자던 내 부탁을 거절하고 골목에서 쪼그리고 앉아 작은 눈사람 만들기에 열을 올리던 그애. 헤어져 버스를 타려던 내게 달려 와서 오늘 밤세워 얘기 하자던 그애. 한밤중에 골목길 걷다가 깡패를 만나서 달라는 대로 다 주더니 버스 정류장에서 살며시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버스비 좀 빌려달라던 그애. 약골이라고 약올렸더니 다음날 자기도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처럼 될 수 있다고 자랑하더니 헬스 클럽에 나가던 그애. 비 내리던 겨울비를 맞고선 나를 찾아와서는 분위기 좋다고 웃더니 다음날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던 그애. 여름날 바닷가에 놀러 가서는 청바지에 긴 티를 입고 모래밭에 앉아 감기 걸렸다며 찬기침을 해대던 그애. 맥주 사 달라고 불러 냈더니 소주에 꼼장어를 사주면서 기분 내서 마시자던 그애 편지 보내고서 답장 해 달라고 했더니 편지 봉투 안쪽에 `답장` 이라고 써서 주던 그애. 이른 아침에 약수터에 앉아 졸던 그애. 바닷가에 함께 가서 내가 물 속에 밀어 넣었을 때 못 이기는 척 그냥 빠져 주던 그애 사랑한다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지 않았던 그애. 그러나, 한동안 우린 그렇게 연락이 없었고 후에 내가 그를 찾았을때 그는 작은 병원에서 하얀 미소를 띄며 누워 있었고 울면서 이게 뭐냐고 빨리 나가자던 내게 그냥 미안하다고만 수 없이 말하던 그애. 어느날 병문안 갔던 내게 오늘 하루종일 같이 있어 달라며 날 불렀던 그애. 그날밤...... 그는 내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웃었고 그런 그를 보며 난 그저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었지. 그를 사랑한다 말했지. 그리고는......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지. 다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 후에 그의 동생이 내게 전해준 그의 일기장에는 사랑...... 죽음...... 그리고 나의 이름만이 열거 되었고 그의 사진속에서 그는 하얗게 웃고 있었지. 그 사진을 액자에 넣으려고 일기장에서 떼어 냈을 때 그 사진이 붙여져 있던 자리에 영원히 나만을 사랑할 거란 글과 함께 내가 평소에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 한 소절이 적혀 있었지. 그때서야 난 소리내어 울고 말았지. 그의 이름을 수도 없이 되새겼지. 그와 함께 가지 않았던 날 원망하면서 살아있는 나를 너무나 증오하면서...... Tags: 눈물 목소리 사진 슬픈글 이별 일기장 좋은글 추억 헤어진다는 것 헤어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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